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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스케치를 떠나다

‘봄, 스케치를 떠나다’는 화려한 색채와 선묘가 돋보이는 황영준의 화조화를 다룬다. 우리나라의 화조화는 조선시대에 성행하며 한국적 화풍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당대 화조화는 지식인층 문인화가와 직업화가인 도화서 화원이 즐겨 그린 분야였으며, 사실적 경향을 보이며 크게 발전한다.

황영준의 〈봄의 선구자〉(1992) 역시영모화 조화로 한국 전통회화의 유사성이 보인다. 영모화조화의 영모翎毛란 새깃翎과 짐승털毛의 의미로 오랜 세월 인간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서식하며 사랑을 받아 왔기에 그림의 주된 소재의 한 분야가 되었다.

1950년 전쟁 당시 황영준과 동일한 시기에 월북했던 김용준은 1960년대 북한의 미술론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그는 조선시대 미술 전통을 토대로 조선화를 확립하고자정선과 김홍도에 주목했다. 이당 김은호의 화숙에서 철저한 고전에 입각하여 수학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의 화조화를 조선시대 화풍의 연장선에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초기 조선화론 정립과정에서 월북한 김용준, 박문원, 이여성과 같은 미술 비평가들이 전통의 계승에 중점을 두었던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