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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의향기를 맡다

‘다시, 봄 향기를 맡다’에서는 그가 남긴 수많은 습작과 더불어 〈련꽃과 붕어〉(1956), 〈가을의향기〉(1965)를 선보인다. 봄의 기운이 회귀하듯 〈보금자리로 돌아오다〉(1985)는 집으로 돌아오는 기러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노안도蘆雁圖다. 노안은 노안老安과 같은 독음으로 인해 노년기의 안락함을 소망한 산수화다. 조선말기 노안도로 명성을 얻은 여러 작가 중 장승업을 꼽을 수있다. 김용준은 기운생동하는 장승업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장승업의 제자 안중식과 조석진이 이끌던 서화미술회 2기 출신인 김은호를 사사한 황영준의 작품에서는 여러 마리의 기러기가 갈대 숲 보금자리의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찰나를 담고 있다.

남한에 남겨둔 가족과의 상봉 기회를 두 차례나 잃어버린 그가 남긴 기러기 그림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전통화풍과 그 너머의 간절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가을의 갈대와 기러기의 소망은 척박한 겨울을 지나 다시 새로운 바람을 타고 봄을 부른다. 봄의 찬기를 이기고 가장 먼저 잎과 꽃을 틔운 매화는 새벽의 달을 뒤로 하고 또 다시 봄의 향기를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