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4

마을에 이르다

‘마을에 이르다’는 북녘 산천을 넘어 다다른 
마을에서 결국 우리가 하나임을 일깨운다. 
본 섹션에서는 함경도의 마을 풍경을 비롯하여 어린 아이들의 놀이와 주민들의 일터를 묘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일상의 모습들은 같은 뿌리를 둔 한 민족의 정서가 비가시적인 이념과 분단이라는 물리적 경계에도 불구하고 그 맥이 닿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월북 전인 1948년 황영준은 2인 미술전람회에 노동을 주제로 25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1950년 경계를 넘은 그는 북한 주민들의 노동현장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작한다. 노동의 순간을 담은 작품들은 일상의 ‘고상한 미’에 천착하던 그의 작품관을 잘 드러낸다.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재현함으로써 작가는 삶의 외현화된 모습으로써의 일상을 화폭에 담고, 고상한 미의 현실화를 꾀한다.

황영준의 작품 안에서 노동은 작업 현장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방식과 더불어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재현된다. 그의 개성을 담은 선묘법과 점묘법이 바로 그것이다. 수천 번 반복되는 붓질은 인간의 수작업에 대한 존엄성, 즉 노동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아낸다.

〈장공리 풍경〉(1954)과 〈어린이 줄넘기〉(1971)에 담긴 물동이를 이고 가는 뒷모습, 한복을입고 윷놀이를 하는 여인의 모습은 남과 북 사이의 모든 정치적 이념과 경계를 허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