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리석호, 정종여
1950년대의 북한에서는 민족미술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다양한 화풍이 공존했다. 강력한 선전매체로 인식되었던 유화와 조각 등의 예술형식에 비해, 동양화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했는데, 이 시기 근원(近園) 김용준, 일관(一觀) 리석호, 청계(靑谿) 정종여는 ‘조선화’의 전통과 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북한의 초기 미술계를 선도한 인물들이다.
세 인물의 조선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이 강하며 자유분방한 필치를 구사한다고 하여 ‘문기(文氣)’가 스며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김용준은 내재된 정신을 표현하는 ‘사의(寫意)’적 화풍으로 전통을 계승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리석호는 김용준의 견해에 뒷받침하여 문인화와 채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몰골법으로 시적 정서를 그려내었다. 그에 반해 정종여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북한미술 본류를 형성하는 채색화 중심의 조선화를 정립한다. 산수, 인물, 화조, 풍속화 등 실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분방한 필력과 섬세한 모사력을 겸비한 화가로서 독보적이면서도 주옥같은 발자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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